최근 몇 달 사이 공항 클럽 지형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고 있다. 기존 거점을 고수하던 항공사들이 라운지 리모델링을 명목으로 입장 기준을 덩달아 높이는 반면, 제휴 신용카드사는 연회비 구조를 개편하며 우회 접근 권한을 풀어놓고 있다. 양측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며 펼치는 줄다리기를 흥미롭게 지켜보기만 할 뿐, 특정 진영에 가세할 생각은 없다.
상위 등급 회원을 보유한 이용자는 혼잡도 통제에 더욱 민감해졌다. 지정 구역을 통한 격리가 아니면 결국 일반 라운지와 다를 바 없어진다는 불만이 새로 나오는 형편이다. 반면 기존의 독점적 혜택을 공용 접근권으로 얻어낸 신규 유입층은 식음료 질보다 자리 확보 여부에 더 집착한다. 누가 맞고 틀리냐를 따질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저 클럽의 정체성이 고객의 기대치를 따라가지 못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명확히 관찰되는 과정일 뿐이다.
수면 부스와 샤워 시설은 거점마다 쏠림 현상이 극심하다. 예약을 걸어두더라도 당일 운행 지연이 겹치면 예약이 무력화되는 경우가 잦다. 배정 대기 줄이 길어질수록 고급 라운지의 효용은 반감되며, 이는 자연스럽게 다음 방문 편을 다른 클럽으로 돌리게 한다. 이런 뺑뺑이는 이용자의 민낯을 확인하는 과정이지 주체할 방법이 따로 없다. 배정 대기 시간마저 줄 서기의 일환이라는 걸 인정하게 되는 순간, 라운지를 쉬는 공간으로 인식하는 기존 관념은 이미 허물어진 것이다.
앞부분에서 언급한 비회원 우회 발권 채널이 추가되는 가격 경쟁은 즉각 차단되지 않는 한 그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만 한다. 공항 클럽 간 비교의 기준은 이미 단순한 시설 격차를 넘어선 지점에 와 있다. 대기 행렬의 길이, 예약 붕괴 빈도, 고급 회원의 출혈 양상이 새로운 지표로 자리 잡고 있다. 사측의 개입이나 카드사의 한도 축소가 없으면 저마다의 방식으로 비용을 감내하는 장기전이 예고된 상태다. 내년쯤이면 양측의 엎치락뒤치락 끝에 어느 방향으로 기울어졌는지 실적이 확인될 것이다. 어느 편이든 소모품 외의 것을 얻어가는 측이 있으면 그만이다.